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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가족력이 있는 정모씨(29). 아직 암을 걱정하기엔 이른 나이지만 미리미리 검사를 통해 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았다. 암 검사를 하고 싶었지만 몸 속에 기기가 직접 들어가야 하는 내시경 검사는 왠지 내키지 않았다. 한번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의 11년치를 쬔다는 컴퓨터 단층촬영(CT)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씨는 결국 혈액만으로 암 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 방법을 택했다.

바이오인프라는 혈액검사로 암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철우 바이오인프라 대표는 “혈액에는 수많은 건강정보가 담겨 있다”며 “5㎖만 있어도 일주일 안에 폐암, 간암,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총 6개의 암을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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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인프라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 암 검사’ 서비스는 혈액에 있는 19개의 바이오마커(단백질 표지자)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암 발생 위험도를 측정한다. 바이오마커란 단백질 등을 통해 몸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지표다. 각각의 암 별로 분석하는 기업은 있지만 6개의 암을 19개의 바이오마커로 한꺼번에 분석하는 업체는 이 회사가 거의 유일하다. 경쟁사들도 이 회사의 19개 바이오마커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바이오인프라처럼 산출된 데이터가 암 발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해석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특허 문제로 사용할 수 없다.
바이오인프라, 피검사만으로 '6가지 암' 원샷 검사
김 대표는 현직 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다. 그는 일찍이 미래의 의료 트렌드가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 보고 예방의학 연구에 매달렸다. 김 대표가 주목한 것은 암세포의 주변 세포다. 암세포는 독립적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암세포가 자랄 수 있는 생태계를 이해해야 궁극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실험실에서도 암세포만 키우려고 하면 잘 안 자란다”며 “주변 세포가 있어야 암세포가 잘 자란다”고 말했다.
바이오인프라, 피검사만으로 '6가지 암' 원샷 검사
여러 개의 바이오마커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되기 전에는 주변 세포들이 대사성 물질, 염증 관련 물질 등을 밖으로 내뿜는데 이것을 포착할 수 있는 지표를 찾아내면 암 발생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런 접근법으로 6개 암에 대한 검사의 평균 정확도는 90%를 넘는다. 그는 “정상인과 암환자 사이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는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데만 꼬박 10년이 걸렸다”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바이오마커 발굴은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인프라는 김 대표가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2001년에 세웠다. 연구개발 기간이 길어 매출이 나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2013년부터 스마트 암 검사 서비스의 상용화에 성공한 후 비로소 매출이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암 검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양지병원, 부천세림병원, 동두천성모병원 등 300여개 의료기관과 손 잡고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이오인프라, 피검사만으로 '6가지 암' 원샷 검사
김 대표는 “건강검진 시장을 타겟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평소 건강검진 차원에서 혈액 검사로 암에 대한 위험도를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바이오인프라의 바람이다. 그는 “스마트 암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사람에게는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도록 권유한다”고 설명했다.

주력 분야는 스마트 암 검사지만 항암제 및 유전자 치료제의 정확한 전달을 위한 마이크로 버블 및 초음파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초까지 6개 암 이외에 난소암, 췌장암도 검사 대상으로 포함시킬 계획이다. 2011년 작고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례처럼 췌장암은 자각증세가 없는 것으로 유명해 조기발견이 힘들다. 바이오인프라가 임상시험을 거쳐 췌장암도 검사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췌장암 조기발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바이오인프라는 잠재력을 인정받아 산업은행, 키움증권 등으로부터 지금껏 총 300억원가량의 투자를 받았다. 해외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2015년 홍콩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서 함께 할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바이오인프라, 피검사만으로 '6가지 암' 원샷 검사
바이오인프라는 내년 하반기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특별한 기술이 있으면 경영성과, 이익규모 등 요건이 면제되는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기술 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내시경이나 CT에 비해 간편함이 장점인 체외진단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며 “예측(Predictive), 예방(Preventive), 맞춤형(Personalized), 참여형(Participatory)로 일컬어지는 P4 의료 시대에 국내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락근/이지현 기자 rklim@hankyung.com